다카노 가즈아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13계단으로 등단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소설집. 다른 사람의 비일상적 미래를 예지하는 야마하 케이시라는 청년과 그들 둘러싼 사건사고 이야기. 생일을 하루 앞둔 미오가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종종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한 청년이 다가와 말한다. "넌 곧 죽어. 6시간 뒤에 죽을 거야." 운명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마치 예견된 일인 것처럼 현실은 예지와 똑같이 실현되어간다. 그렇다면 운명은 피할수 없는 것일까. 마지막 이야기에서 미오와 케이시는 적극적으로 운명을 바꾸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지력을 가진 청년이라.. 미야베 미유키 스타일의 신비주의를 빌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을 가볍게 풀어가는 모양은 히가시노 게이고와 닮아있다. 깊이감도 없도 즐거움도 덜한 에피소드, 작가의 미성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TV 단편드라마로 적당한 시나리오랄까. 어쩌면 그럴 생각으로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죽음이 예고된다면 나는 그걸 피하려고 할까? 아니, 나라면 즐길 수 있을 거다. 예고된 죽음으로 달려가는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가 죽는 순간 명료한 기분으로 그것을 깨닫고 있기를 바랄 것같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사고로 죽는 것, 아무런 예고없이 정전이 되는 것처럼 죽는다면, 물론 죽음 뒤는 아무것도 없을테지만 그렇게는 아니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책과 화분들 아끼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거나 누군가를 찾아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돌아설 시간은 가지고 싶다. 미안하단 말을 못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고, 사랑했으나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사랑했다고 말하고 돌아서고 싶다. 언젠가 데스워치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죽는 날짜를 꼽아본 적이 있다. 나이와 체중, 키, 흡연여부, 음주여부 등을 간단하게 기재하면 죽는 날을 꼽아주는 사이트였는데, 2025년 6월 19일 목요일이라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