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느리게 복수하기, 한 남자의 블루 루인

guno 2014. 8. 1. 10:23

 

 

눈에 띄는 배우도 없고 상황도 특별하지 않은데 몰입감이 뛰어난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화면은 자극없이 느리게 흘렀고, 마지막까지 고요했으나 그래도 어쨌든 복수는 완성되었고, 나는 안심했다. 지금까지 본 어떤 영화보다 속시원하게 완성된 복수극이었다.

 

 

블루 루인 Blue Ruin (2013년) ; 제레미 솔니에 감독, 마콘 블레어 주연

 

드와이트는 노숙자다. 해변가 풀숲에 버려진 낡아빠진 폐차가 그의 집이다. 길가에 버려진 공병을 주워 푼돈을 벌고 유원지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꺼내먹는다. 목욕을 하고 싶을 땐 주인이 휴가를 떠난 빈집에 들어가 씻고 먹고 생활하기도 한다. 촛점없는 눈동자, 굳게 다문 입술, 고요한 걸음걸음, 그는 유령처럼 존재감이 없다. 익숙하다못해 편안해 보이는 노숙생활은 어느날 이른 아침 경관의 등장과 함께 변화를 맞는다.

 

드와이트를 경찰서로 데려온 경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근데 이걸 누군가 당신집 문앞에 꽂아놨어요. 아무래도 당분간 어디 안전한 곳에 가 있는게 좋을것 같은데.. 경관이 내미는 신문 1면엔 살인죄로 복역중이던 죄수가 형량 협상을 해서 5년 반만에 출소한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그가 석방될 거에요. 그가 한 짓은 정말.. 당신이 얼마나 그분들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하지만 당장은 당신이 걱정돼요. 갈곳이 없으면 당분간 여기 있어도 좋으니까.. 그 다음 말들은 웅웅거리며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 웨이드가 5년 반만에 출소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지는 않았다. 기다려온 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모든걸 끝낼 시간이다.

 

공병을 팔아 모아둔 돈으로 폐차에 기름을 채운다. 밧데리도 연결한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편의점에 들러 엽서를 한장 산다. 누나에게 엽서를 보낸다.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교도소 앞에 차를 세우고 웨이드가 나오길 기다린다. 하얀 리무진이 교도소 앞에 멈춰서고 낯익은 가족들이 내린다. 이제막 출소한 웨이드가 가족들과 포옹을 나눈뒤 리무진에 올라탄다. 드와이트가 조용히 따라간다. 휴게소 식당 앞에 멈춰서는 리무진. 시간을 두고 드와이트도 주차를 한다. 작은칼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식당 뒤쪽으로 간다. 스스로를 감추려하지 않으나 유령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를 유심히 보는 사람은 없다. 뒷문을 통해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 중 한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그가 오기를 기다린다. 웨이드가 형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온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형이 먼저 나가고 웨이드는 손을 씻고 있다. 드와이트에 비해 키도 훨씬 크고 덩치가 큰 웨이드, 작은칼을 움켜쥔 드와이트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것 같은데 그럼에도 드와이트가 문을 벌컥 열고 웨이드의 등에 올라탄다. 재빨리 칼을 그의 목에 찔러 넣는다. 웨이드는 한번에 죽지 않았다. 목에 칼을 꽂은채 드와이트의 멱살을 잡고 목을 조른다. 드와이트가 발버둥치지만 웨이드는 꿈쩍하지 않는다. 한순간, 웨이드의 목에 꽂힌 칼에 손이 닿은 드와이트, 칼을 빼서 그의 관자놀이에 다시 꽂는다. 드와이트의 목을 조르느라 방심했던 웨이드가 풀썩 힘없이 쓰러진다. 새빨간 핏물이 화장실 바닥에 흥건하다. 드와이트는 칼을 뽑아들고 조용히 뒷문을 빠져나온다. 하얀색 리무진으로 다가가 자동차 타이어에 칼을 꽂는다. 미숙한 칼질에 손바닥이 깊게 베었지만 푸쉭 타이어 바람이 빠진다. 이제는 떠날 시간, 자신의 자동차로 돌아오지만 어라 키가 없다. 몸싸움을 하던중 떨어뜨린게 분명하다. 할수없이 리무진으로 다가가 문을 여니 열쇠가 꽂혀있다. 자신이 구멍낸 타이어 때문에 덜컹거리는 리무진을 타고 도망친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다. 뭐지? 차를 세우고 보니 뒷좌석에 한 소년이 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소년이 피투성이의 드와이트를 보고 기겁한다. 웨이드를 죽인 거에요? 그래. 그가 내 부모님을 죽였거든. 그렇지 않을걸요. 애매한 말을 남기고 소년이 뒤돌아 도망친다. 소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드와이트가 차를 버리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숲을 가로질러 낯선 주택가에 몸을 숨긴다. 현관 앞에 신문이 쌓인 집을 골라 몰래 들어간다. 긴 머리를 자르고 무성한 수염을 밀고 목욕을 한다. 와이셔츠를 갈아입은 말쑥한 모습으로 티비를 켜지만 웨이드에 대한 뉴스는 나오지 않는다. 아직인가 보다.

 

두 아이를 키우는 누나의 집을 멀리서 바라본다. 누나가 출근하려고 차를 후진하다 백미러로 동생을 발견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집을 뛰쳐나가 행방불명 됐던 동생을 보고 누나의 눈에 울컥 눈물이 맺힌다. 집 근처 레스토랑으로 간다. 5년 반만에 마주한 누나와 동생. 내가 보낸 엽서 봤어? 아니, 못봤는데? 엽서는 좀 늦으니까.. 웨이드 때문이지? 그가 석방된거 나도 알아. 교정국에서 전화왔더라.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어. 웃기지. 피해자는 우린데. 동네를 지나다 하얀색 리무진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려 미칠것 같아. 피해자인 우린 이렇게 아픈데 웨이드네 가족은 너무나 뻔뻔하고 평온하게 살고 있다는게.. 정말 참을 수 없어. 누나. 응? 내가 웨이드를 죽였어. 뭐라고? 웨이드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칼로 찔러 죽였어. 잠시 침묵. 누나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린다. 죽였어? 진짜? 눈물을 흘리며 동생의 손을 맞잡는다. 마주보고 말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것도 잠시, 드와이트가 문득 생각난듯 말한다. 누나, 집에 애들만 있어? 응? 왜? 웨이드네 말이야. 경찰에 신고를 안 했어. 두 사람이 황급히 차에 오른다. 집으로 재빨리 달려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무사한 아이들. 아이들을 품에 안고 누나가 드와이트의 뺨을 거칠게 내려친다. 우릴 모두 위험하게 만들었잖아!! 상황이 정리되면 자수할게 누나. 웨이드네 가족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상황은 정리되지 않아. 그걸 모르겠니? 누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떠나 친척집에 가기로 한다. 누나집에 홀로 남은 드와이트는 웨이드네 가족의 습격을 대비한다. 집에 남아있던 어린시절 장난감들과 노트들, 가족앨범과 졸업앨범들을 보면서 조용히 기다린다.

 

어둔 밤,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밖을 살피던 드와이트의 눈에 자기가 버리고 온 폐차가 보인다. 웨이드를 죽인후 열쇠가 없어져서 버리고 온 차. 두 명의 남자가 자신의 폐차에 타고 누나집을 살피고 있다. 웨이드네다. 2층 누나방 불을 켠다. 욕실에 물을 틀어놓는다. 두 남자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다가오는게 보인다. 사냥용 화살을 들고 있다. 현관문 유리를 깨고 조용히 들어온다. 2층으로 올라가는 발소리를 듣고 드와이트가 잽싸게 집을 빠져나와 폐차에 올라탄다. 집밖에서 보초를 서던 사람이 드와이트를 향해 화살을 쏘려하자 급발진으로 남자를 친다. 남자가 쓰러지고 놀란 드와이트가 차에서 내려 그를 살펴보는 사이 2층에 올라갔던 남자가 내려와 드와이트의 다리에 화살을 쏜다. 쓰러진 남자의 화살로 대응을 하려하자 도망치는 남자. 드와이트는 쓰러진 남자를 트렁크에 넣고 달린다. 이른 새벽의 풀숲, 차를 세우고 화살을 뽑는다. 아직 여물지 않은 손바닥은 물론 화살에 찔린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걸어서 병원으로 향한다. 응급실을 찾는다. 도와주세요.

잠에서 깨어보니 다리와 손바닥이 봉합되고 치료가 된 상태. 환자복을 입은채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온다. 맨발로 뒷문을 나서는 그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재활용 의류보관함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숲에 감춰놓은 폐차로 다가가 트렁크를 두드린다. 고함소리, 아직 살아있나보다. 누나네 집으로 돌아온다. 어젯밤 보던 자신의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한권의 졸업앨범만 빼낸다. 깨진 현관 유리문을 대충 종이로 막고 유리조각도 쓸어모아 버린다. 문을 모두 잠그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는다. 집에서 멀어진다.

 

졸업앨범을 뒤져 한 친구의 연락처를 찾아낸다. 절친이자 고등학교 졸업후 군인이 되었던 벤. 드와이트가 실종된 뒤 그의 실종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다는 벤. 도움이 필요하다는 드와이트의 말에 어떻게 도와줄까? 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기억해? 우리 둘이 파티에 가서 스트리퍼랑 사진 찍었던거? 완전 웃겼지. 겁먹어서 쩔쩔맸었잖아. 찾아봤는데 그 사진 없더라. 그랬었나. 난 기억 안나는데. 사실 요즘 그때 생각을 안 해서.. 뭐 그렇겠지. 벤이 캐비넷을 열자 다양한 총이 진열되어 있다. 어떤게 필요해? 사정거리는? 글쎄.. 그래 아무말 하지마. 난 알 필요도 없지. 니가 가진 것중에 좋은것 말고 그냥 평범하고 흔한거 하나 줄래? 그럴게. 내가 훈련시켜줄까? 그럴 필욘 없고 조용한 곳이 필요해. 내가 타격연습하는 곳을 알려줄게.

벤이 알려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총을 겨눈채 트렁크를 연다. 산발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드와이트를 노려본다. 넌 누구지? 웨이드의 형 테디. 누나집엔 누굴 노리고 온 거야? 나야, 누나야? 당연히 너지. 왜 경찰에 신고 안했어? 우리끼리 해결하려고 했지. 그런 짓을 해놓고 감옥에 가버리면 안되잖아? 리무진에 있던 애는 누구야? 아무것도 아닌 애. 니가 알 필요없는 애. (여자들까지 모두 식구 전체가 거칠고 총기애호가인 웨이드네 집에 그런 소년이 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걔 말이 웨이드가 우리 부모님을 죽인게 아니라던데. 맞아. 넌 개뿔도 모르면서 죄없는 동생을 죽인거야. 말해봐. 니 아버지가 우리 엄마랑 놀아났고 그걸 안 우리 아빠가 니 아버지를 쏜거야. 아내랑 같이 있는줄은 몰랐지. 뭐야, 우리 아버지가 니네 엄마랑 바람을 피웠다고? 그래도 그건 두사람의 문제잖아? 실수했다고 사람을 죽였단 거야? 불륜이 실수냐?! 그건 가족에 대한 배신이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웨이드는 왜 자수한거지? 아빠는 암이었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 나나 동생이 대신 들어가야 했는데 나는 전과가 있어서 웨이드가 대신 들어간거야. 사실을 알려줄까? 니네 부모를 죽인 우리 아빠는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면서 유유자적 살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곰곰히 생각하던 드와이트가 휴대폰을 건넨다. 집에 전화해. 니네 가족들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자고 해. 그러나 휴대폰을 두고 옥신각신하다 너무나 쉽게 총을 빼앗긴 드와이트. 나는 죽을게. 죽을테니 제발 누나만은 건드리지마 라고 애원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총알이 날라온다. 드와이트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테디의 얼굴 반쪽이 날라간다. 저멀리 벤이 걸어오며 말한다. 걱정돼서 와봤어.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시신을 트렁크에 넣는다. 이게 웨이드냐? 아니 그 형. 웨이드는 벌써 죽였어.. 어쩌지. 그 사람들은 이대로 끝내지 않을거야. 샷건으로 바꿔줄게. 이번에는 벤에게 타격훈련까지 받고 돌아서는 드와이트, 이런 일에 끌어들여서 미안해. 안 그랬음 니가 죽었어. 알아 그래도 미안하다. 그리고 있잖아. 스트리퍼랑 찍었다던 사진, 그거 찾으면 없애줄래? 먹먹하게 친구를 바라보는 벤.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누고 헤어진다.

 

웨이드네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지만 왠지 조용한 집안. 혹시나 하고 들어가보니 집이 비어있다. 리무진도 그대로 있다. 집안 곳곳에 걸린 사진들로 보아 사냥철을 맞아 온가족이 사냥을 떠난듯. 집안을 뒤져 총이란 총은 모두 꺼내 숨겨놓는다. 테디의 시신을 꺼내 마당 한켠에 묻는다. 웨이드 아빠의 무덤을 발견하고 묘비에 오줌도 눈다. 웨이드네 가족의 앨범을 보면서 잠복에 들어간다. 하루 이틀, 그리고 고요한 집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드와이트는 웨이드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음성메시지를 남긴다. 그날 밤, 어둠을 뚫고 차 한대가 집으로 다가온다. 드와이트가 집에 전화를 걸자 전화벨 소리에 놀란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집으로 뛰어들어온다. 그들이 받기 전 전화를 끊는다. 가족들이 둥글게 모인 전화기엔 음성메시지 버튼이 깜빡이고 있다. 버튼을 눌러 메시지를 듣는 가족들, 그들의 뒤에서 총을 겨눈 드와이트가 숨을 고른다. 드와이트가 녹음한 음성메시지가 흘러나온다. 테디도 죽었어요. 우리가족 두명, 그쪽가족 두명이 죽었는데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나는 끝내고 싶어요. 우리 누나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난 어떻게 되어도 좋아요. 이때 흥분한 목소리로 당장 니네 누나네 집으로 가주마! 하고 소리치는 남자. 드와이트의 총구가 그를 겨눈다. 정확한 타격으로 남자를 죽인다. 놀라 뒤돌아서는 두 여자. 비명을 지르며 드와이트를 노려본다. ..여기에 한참 있었어요. 이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생각했는데.. 당신네 가족을 끝내선 안될 이유를 생각하려고 했는데 수천가지 이유가 있더라구요. 근데 이렇게 해야할 단 하나의 이유, 그게 더 컸어요. 뭐야? 니네 누나를 말하는 거라면 그래, 니네 누나는 건드리지 않을게. 그걸 어떻게 믿죠? 이때 차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소년이 집안의 상황을 눈치채고 총을 꺼내든다. 조용히 옆문으로 들어간다. 드와이트를 겨냥한다. 드와이트의 복부를 쏘는 소년, 놀라 비틀거리지만 드와이트는 여자들을 향한 총구를 돌리지 않는다. 여자들은 소년에게 윌리엄, 저 놈을 죽여버려!! 라며 소리를 질러댄다. 하지만 드와이트는 침착하게 말한다. 내가 총에 대해 잘 아는건 아니지만 내가 총알이 더 많을 거에요. 윌리엄이 제대로 하긴 했지만 나도 이걸 끝내야 해서요. 그 기세에 눌려 총구를 내리고 울먹울먹하는 윌리엄. 여자들은 드와이트는 물론 윌리엄까지 죽일듯 노려본다. 드와이트가 말한다. 윌리엄, 내 차가 길 아래 숲속에 있어. 어서 가렴. 윌리엄은 뒷걸음질을 치고 여자들은 비겁한 개자식이라며 소리를 질러댄다. 그 와중에도 침착하게 총구를 겨눈 드와이트가 말한다. 우리 아빠 아들이죠? 테디 말을 듣고 바로 알았어요. 웃기지마! 아뇨, 진짜 웃긴게 뭔지 아세요? 우리 아빠가 당신들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 전부 죽게 됐다는 거에요. 마지막으로 총을 쏘려는 찰나 소파 밑에서 숨겨논 총을 꺼낸 한 여자가 총질을 시작하고 한 명은 드와이트에게 덤벼든다. 집안은 온통 총소리로 가득하다가 어느 순간 정적에 휩싸인다. 멈춰서서 집을 바라보던 윌리엄이 돌아서 숲으로 향한다. 피범벅이 되어 쓰러진 여자들과 드와이트, 처참한 거실의 한가운데 드와이트가 쓰러져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열쇠는 차에 꽂아뒀어... 그날밤 천둥 번개와 함께 태풍이 몰아친다. 얼마가 지났을까. 태풍이 물러가고 폐허처럼 잔해가 널린 마을, 언제 그랬냐는듯 맑은 날씨, 햇살이 잔해들을 잔잔하게 비추고 누나네 집 우편함에는 드와이트가 쓴 엽서가 도착한다.

 

 

주인공의 평범한 노숙생활, 그리고 어느날 찾아온 기회, 노숙자의 기가 막힌 복수극이 되려나 했으나 영화는 처음부터 조금은 맹한, 드와이트의 어설픈 실수들을 보여주면서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까 의심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웬걸, 안될 것 같은데 야무지게 성공하는 드와이트. 격렬한 싸움씬도 없고 숨막히는 추격전도 없다. 몇년을 기다린 복수의 성공에도 드와이트는 감격하지 않는다. 테디의 말을 듣고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후회하거나 회한에 잠기지 않는다. 중요한 건 팩트다. 부모님이 죽었고 범인을 죽이지 않으면 살수 없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범인을 죽였는데 그로인해 누나가 위험해졌다. 마지막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범인의 가족을 모두 죽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그러니 그는 멈출 수 없다. 

그의 아버지는 불륜으로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누나는 웨이드를 죽인 그에게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며 용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집을 떠나던 누나는 너는 약해빠졌어! 라며 냉정한 말을 남기고 돌아섰는데 드와이트는 왜 그렇게 가족을 지키려 애쓰는 걸까. 어머니의 불륜으로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 그런데도 살날이 얼마 남지않은 아버지를 지키겠다며 대신 교도소에 들어간 웨이드. 웨이드의 복수를 하겠다며 드와이트를 추격하는 웨이드네 가족들. 한쪽을 전부 죽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치킨게임. 가족이란 이름의 잔혹한 연민, 그리고 한 남자의 우울한 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