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책 제목이 맘에 들어서 고민도 않고 덥석, 책을 샀다. 자신을 모욕하기 일쑤인 세상 앞에서 때론 용기가 없어서, 때론 무시하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서지만 결국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그땐 그렇게 말할걸!'하고 후회하는 일들이 많은 자신을 위해 당당하게 쏘아주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모욕의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 밝은 웃음보다 칙칙한 우울이 편안할 때가 있다는 걸 인정하자.
강요되는 것들을 힘껏 부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를 긍정할 수도 없다.
대단한 팡파르도 없이 시작된 삼심대. 대단한 맛도 없는 것을 포만감도 느끼지 못하는 채 꾸역꾸역 많이도 먹었다. 내 나이는 젊다고 할 수 없고 아직은 나잇살로 밀어붙일 수 없을만큼 젊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런 식으로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살아간다는 게 부질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칠고 거침없는 태도와 공격적인 자세만이 이 전쟁터 같은 세상속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는 진리를. 무섭게 변해가는 세상의 속도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나는,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위선자거나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헛똑똑이거나, 함부로 대해도 무방한 얼간이에 불과했다.
예의와 범절은 경조부박한 세상에서 나를 전혀 방어해주지 못했다.
싸움의 대상보다 쌈닭이 되어버린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면 그건 이미 패한 것이다.
내속에 저장된 모욕에 대한 매뉴얼이 타인의 취향에 대해 무례하게 간섭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참지 말라고 충동질한다.
나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몇 마디
내가 참으로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건 내 새끼를 볼 때마저 잔인하고 냉정한 관찰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때로 소설 속 등장인물을 살필 때처럼 아이를 바라본다. 일상속에서 인간심리를 탐색할 때처럼 차갑고 날카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