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유력자들은 옛날부터 외출할 때는 '노멘클라토르'라고 부르는 노예를 동반하는 것이 관례였다. 유력자니까 포로 로마노를 걷고 있으면 다가와서 인사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그 많은 사람의 이름을 전부 다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쪽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게 보이면, 노멘(이름) 클라토르(일러주는 자)의 역할을 맡은 노예가 얼른 주인에게 상대의 이름을 속삭인다.
노멘클라토르를 맡은 노예에게는 정보통인 만큼 또 하나의 임무가 있었다. 로마에서는 침대 같은 받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서 식사하는 것이 관습이었는데, 연회가 열릴 때는 손님들의 자리를 결정하는 것도 그들의 임무였다. 유력자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이 노예에게 팁을 건네주고 유리한 자리를 주선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노멘클라토르'라는 말은 오늘날에도 어미만 조금 달라진 채 그대로 쓰이고 있다. 공산국가의 특권층을 '노멘클라투라'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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