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韓스타일_ 굿
신의 뜻을 듣고 신의 뜻을 풀며 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 굿은 예부터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종교의식 중 하나였다. 굿을 이끌어가는 것은 무당인데 신의 뜻을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굿이 시작되면 무당은 제일 먼저 접신을 시도한다. 접신이란 무당을 통해 신을 인간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것, 신을 굿판으로 모셔오기 위해 굿판 앞에는 음식이 한상 거하게 차려진다.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리는 것은 부르는 신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신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오방색이다. 천(天), 지(地), 인(人)을 상징하는 파랑(하늘), 빨강(땅), 노랑(인간) 삼원색과 검정, 하얀색이 바로 한국 전통의 색깔인 오방색. 오방색에는 오방위(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남북을 의미함)의 개념이 투영되어 있는데, 오방위에는 내가 있는 이 자리, 이곳이 바로 우주의 중심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세계관이 담겨있다.
오방위에서 중심이 되는 나, 인간은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만물의 소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쪽의 파란색은 봄이며, 복과 희망을 의미한다. 남쪽의 빨간색은 여름이며 열정과 주술을 의미하고, 서쪽의 흰색은 가을이며 순결을 의미한다. 북쪽의 검정색은 겨울, 지혜로움을 의미한다. 이러한 오방색이 비단 굿이나 무속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화려하게 오방색을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굿판이다. 소리와 더불어 색깔은 굿에서 신의 뜻을 받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신과 만나는 굿판의 모든 물건에 오방색이 담겨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굿을 잘 보면 무당이 색색깔의 옷을 입기도 하지만 여러 색의 옷을 갈아입는 걸 알 수 있다. 일례로 내림굿에서 신딸에게 신을 내리기 위해 신어머니가 입는 옷은 붉은색이다. 여기서 붉은색은 열정과 주술을 의미한다. 잡귀와 병마의 접근을 막고 신을 부르기 위해 붉은색 옷을 입는다. 신을 부르고 난 뒤 내림굿의 마지막에 입는 옷은 파란색. 복과 희망, 강한 생명력을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신딸의 앞날을 축복해주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새로 태어남을 의미하는 노랑, 신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잘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지혜를 뜻하는 검은색의 옷도 입는다. 마침내 신딸이 신어머니가 불러온 신을 받아들이는 순간 신딸은 오방색의 색색깔 옷을 입었던 신어머니와 달리 단 한가지, 흰색 옷을 입는다. 흰색은 모든 것을 씻어내고 깨끗해진다는 의미를 담은 색깔, 신을 받아들이기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내고 신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원도 대관령 산신제의 하이라이트가 신성한 나뭇가지에 오방색 천을 매다는 것이고, 유네스코의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강릉단오제가 오방색 꽃상여를 불태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모두 신의 뜻이 색깔을 통해 오며 나의 바램과 기원도 색깔을 통해 신에게 닿길 바라는 의식인 셈이다. 나와 세계와 신이 만나는 합일, 그것이 굿이라면 그 합일은 색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었고, 그것이 바로 오방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