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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청사포에서 비가 내린다. 분명 겨울비인데 따뜻하다. 니트 두 개를 껴입었을 뿐인데 땀이 살짝 날만큼. 부산의 겨울은 서울의 늦가을 같다. 추위를 싫어하는 내게 안성맞춤. 기분좋게 빗길을 걸어 집에 오다가 가는 길에 있는 기나긴 계단을 앞에 두고 서서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계단을 오르고 싶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12. 10.
무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커피를 마시려고 전기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는 그냥 나와버렸다. 한참 뒤에야 전기주전자를 켜놓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오후엔 시간이 나서 모처럼 커피 한잔 마셔볼까 하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 휴게실로 들어서는데 문턱에 걸려 넘어질뻔 하고 커피는 바닥..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9. 23.
해무 바닷가에 살아도 옆에 바다가 있다는걸 종종 잊고 산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자욱한 해무가 온 동네를 뒤덮는다. 창문을 열었다가 짙은 안개에 깜짝 놀라고 그제서야 아, 바닷가니까.. 하고 그렇지 한다. 서울에서 살 때는 몰랐던 엄청난 안개의 바다. 새벽부터 내린 비에 전방 20m가 보이..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5. 3.
봄을 맞아 올해 첫 감기몸살을 앓다 by Andrew Millar 한창 제사를 지내는 중이다. 귀가 찢어질듯 악기들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여 웅성대고 무슨 일인가 일어날듯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누군가 말한다. 저길 봐.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연기가 모여 손바닥 모양이 되더니 다섯개..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4. 8.
추리문학관에서의 오후 추리문학관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있다. 부산여행중 이곳에 왔다가 산다면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래서 근처에 집을 얻고 가끔 오후 한나절 이곳에 와서 책을 읽는다. 오천원을 주고 커피를 주문하면 원하는 책을 읽을수 있다. <여명의 눈동자>의 작가 김성종 씨가 자신..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1. 31.
똑딱똑딱 시간이 간다. 요즘처럼 시간의 무게를 절실히 느낀 적이 있었던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인데 새해 첫날이라는 이유로 일출을 보러갔다. 탄성이나 감동은 없었다. 다만 눈부신 일출이었다.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줄듯 따뜻한 일출이었다. 돌아오는길 편의점에 들러 데운 우유를 마셨..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1. 1.
부산에서 부산에 왔다. 어딜 가도 비릿한 냄새가 난다.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른 아침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다 창밖으로 일출을 봤다. 일출을 보게 될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던 터라 내가 보고있는 게 일출 맞나? 한참을 쳐다봤다. 항구에선 뿡뿡 방귀 뀌는 것처럼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0. 7.
바비루스의 어금니 지금은 멸종되어 화석으로 남은 동물중에 바비루스가 있다고 한다. 코끼리처럼 주둥이 양옆으로 활처럼 휘어진 모양의 날카롭고 단단한 어금니를 가진 동물인데 바비루스의 어금니는 코끼리와 달리 어느순간 성장을 멈추는게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계속 자라서 동그랗게 말릴 정로로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7. 3.
무제 illust by Alessandro Gottardo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새벽이다. 공기마저 서늘한. 벽에 걸린 커다란 괘종시계가 멈춰있다. 손목시계를 보니 4시 43분. 태엽을 감아 시간을 맞춘다. 손가락으로 시계추를 민다. 똑딱똑딱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계 뚜껑을 닫는데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2. 31.
>>이동포차의 추억 그녀와는 일 때문에 만났다. 전부터 그녀와 일해보고 싶었는데 마땅한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중 같이 일해볼 기회가 생겼고,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내 섭외전화를 하려고 했을때 주변에서 내게 해준 말은 이랬다. 일은 잘하는데 사람이 영 불편해. 너무 까다로워서 짜증날 때가 많으..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1. 29.
무제 전화기 너머에서 친구가 말했다. 너 혹시 자살중이니? 그거 질문이야? 아마도. 글쎄 어쩌면. 죽지마라. 그날밤 커다란 돌덩어리를 안고 바닷속에 잠기는 꿈을 꿨다. 아래로 아래로 잠겨가는데 나는 왠지 안심이 됐다. 몸에 닿는 부드러운 물의 감촉이 따뜻하고 편안했다. 이제 곧 바닥에 ..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0. 15.
>할아버지이야기 아버지는 맏아들이지만 누나가 일곱이나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누나들. 할아버지는 네 형제중 막내셨는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할아버지를 제외한 형제분들이 모두 아들을 얻지 못했다. 형들이 딸만 줄줄이 낳을 동안 할아버지는 아들 넷, 딸 하나를 얻었고 어느새 문중의 ..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0. 11.
무제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편했다. 수많은 결혼식에 초대되었지만 참석한 곳은 한두곳, 대부분 축의금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장례식은 달랐다. 그런 자리가 불편하더라도 장례식에는 꼭 참석해라, 하는 어머니 말씀 때문만은 아니었다. 치장하고 뽐내고 말이많은 결혼식은 재미..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8. 10.
파베세의 일기 42살의 나이에 자살한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체사레 파베세의 1938년 일기문 中 문학은 생의 공격에 맞서는 일종의 방어행위다. 문학이 삶에게 말한다. '너는 나를 기만하지 못해. 난 너의 습관을 알고있고, 너의 반응을 예측하고 즐겨 관찰하며, 너에게 일상적 흐름을 중단시키는 교활한 ..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4. 30.
OBS, 韓스타일_ 장승과 솟대 예로부터 한국의 마을에는 입구마다 장승과 솟대가 서있었다. 솟대와 장승은 나쁜 기운으로부터 마을과 가족을 지켜주는 존재, 그래서 대부분의 장승은 아주 근엄하고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종종 인자한 모습이나 수줍은 모습,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의 장승도 있다. 이는 마을을 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4. 10.
OBS, 韓스타일_ 온돌 온돌이란 따뜻하게 데운 돌(구들)이란 뜻으로, 한국 고유의 난방방식이다. 방바닥 밑에 화기가 통하게 해서 난방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데, 추운 북쪽지방에서 발달하여 남쪽으로 보급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인조2년 1624년 광해군 때 이미 사대부의 종이 사는 방조차 온돌인데 궁궐..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4. 10.
OBS, 韓스타일_ 굿 신의 뜻을 듣고 신의 뜻을 풀며 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 굿은 예부터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종교의식 중 하나였다. 굿을 이끌어가는 것은 무당인데 신의 뜻을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굿이 시작되면 무당은 제일 먼저 접신을 시도한다. 접신이란 무당을 통해 신을 인간의 세계로 불러들..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4. 10.
OBS, 韓스타일_ 미륵 절에 가면 수많은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데, 우선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불이 있고, 극락세계를 관장하며 모든 중생의 안락과 수명을 보장해주는 아미타불, 질병과 고통을 없애주는 약사여래불, 그리고 미륵불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현존불인데 반해 미륵불은 미래에 오실 부처..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4. 8.
이영도, 봄이 왔다 봄을 아주 많이 탄다. 내 이별과 이직의 역사는 모두 봄에 이루어졌으며 종종 사고를 치고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우연찮게 늘 봄이었다. 언젠가 봄, 야근에 지쳐 원고가 안 써진다며 늦은밤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메신저로 친구에게 궁시렁궁시렁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저녁밥 먹고..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4. 8.
무제 언젠가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후배가 그랬다. 동그랗게 엎드려 절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아냐고. 사람은 그릇같아서 욕심껏 담다보면 차고 넘쳐 흐르기 마련인데 그릇을 비우는 게 바로 절이라는 거였다. 뒤집어진 그릇처럼 내 몸을 동그랗게 말아 절을 하고 또 하며 자신을 비울 때까지 절..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2. 19.
갖고싶은 그림책, The Birds of America John James Audubon 『The Birds of America』 존 오듀본 (1785~1851), 도미니카의 산토도밍고 출생. 1791년 프랑스로 건너가 고전주의 화가 J.L.다비드로부터 그림을 배우고 20세때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평생 조류연구가 및 화가로 활동했다. 1827년~1838년 <미국의 새들 The Birds of America> 전4권을 출판했..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2. 6.
무제 욕조가 이렇게 그리워질 줄 몰랐다. 탕욕은 사우나 가서 하면 되지 했는데.. 오늘따라 미치도록 몸을 담그고 싶다. 내게 담배와 술을 허하는 자유로운 탕욕에의 욕구가 솟구친다. 그리고 조용히 노크하며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다 하고 재촉하던 엄마의 목소리까지도.. 그립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 29.
노자 <도덕경> 제45장 大成若缺, 其用不幣大盈若沖, 其用不窮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肭 靜勝躁, 寒勝熱, 淸靜爲天下正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이지러진 것과 같아서 사용하여도 해지지 않는다 가득 찬 것은 마치 비어있는 듯해서 퍼내더라도 다함이 없다 가장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고, 가장 뛰어..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 15.
脫稿 정신없이 보낸 한 해가 저물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곳에 쉼표를 찍고 쉼표를 찍어야 할 곳에 마침표를 찍은 데가 수두룩하다. 오자로 넘쳐나는 2012년을 교정하며 정신차리고 2013년을 쓰자, 단정하고 아름다운 2013년 노트를 다짐한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 1.
무제 새벽 칼바람을 뚫고 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사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으름뱅이인 내가 이렇게 부지런을 떨 때는 담배를 구할 때 뿐이다. 오랫동안 담배를 끊었었더랬는데.. 담배 없이도 나름 생활은 상쾌했건만. 친구의 묘지에 갔다가, 외로운 바람이 불던 그 언덕배기에 서 있기.. 공감수 0 댓글수 0 2012. 12. 26.
달력의 기원과 로마의 신들 로마의 2대왕 누마는 신생국가의 체계를 세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출입문의 수호신이며 전쟁의 신이기도 한 야누스(Janus)에게 바치는 신전을 지었다. 그리고 완성된 신전의 앞문과 뒷문을 백성들에게 보여주며 신전의 문은 전시에는 열리고 평화 시.. 공감수 0 댓글수 0 2012. 10. 30.
김구라는 한명으로 족하다 김구라가 처음 지상파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뭐 저런.." 이라고 욕지기가 튀어나왔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선 다른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한 저급한 관심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냄으로써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돈 좀 있다면서요? 아참 이 사람 여자가 좋아할 스타일이야~ 가방끈이 긴 사람이 좋더라. 집이 좀 되죠? .. 사실 이런 무례한 질문과 대화를 김구라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싶었다. 처음의 거부감은 얕아지고 어느새 김구라만의 저급한 화술에 웃을 수 있게 됐는데.. 이젠 텔레비전만 켜면 모든 mc들이 김구라여서 지겨울 지경이다. 김구라가 없는 황금어장인데 윤종신을 비롯한 다른 mc들이 알아서 김구라 역을 한다. 김구라를 벤치마킹하다 못해 대한민국 미디어는 김구라 스타일의 저급한 화술로 넘쳐난다. 프로.. 공감수 0 댓글수 0 2012. 10. 28.
무제 기억난다 하시니 잊고 계셨나요 기억하지 않아요 잊은적 없으니 공감수 0 댓글수 0 2012. 10. 27.
그리운 감은사탑 2001년 여름, 원고마감을 끝내고 경주를 향했다. 수학여행으로 와본 적이 있지만 그땐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제대로된 감상을 못한 듯 했다. 인터넷으로 숙소도 알아보고 촘촘히 일정도 짜도 대중교통 노선과 시간도 수첩 가득 체크해서 기차에 올랐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 여행온 .. 공감수 0 댓글수 0 2012. 8. 11.
BBC 명작의 사생활 BBC의 연속기획 은 전부터 보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기회가 없다가 그림에 꽂혀버린 뒤 시리즈를 전부 보게됐다. 처음 봤을 땐 왜 베르메르가 첫번째일까 싶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는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 BBC가 꼽아낸 9명의 작가라고 하면 얼마든지 기대가 되는데, 그 첫번째가 베르메르란 점이 의아했다. 하지만 찬찬히 보면 예술사를 통틀어 그만큼 아름다운 그림을 남기고도 잘 알려지지 못한 화가도 없다 싶어 BBC의 선택을 수긍하게 된다. 이란 다큐는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주제로,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제작되었는가를 꼼꼼하게 알려준다. 시대적인 배경, 제작과정, 당시 이 그림이 사회와 작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 등...처음에는 한 작가의 보다 많은 작품을 소개해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찬찬히 .. 공감수 0 댓글수 0 201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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