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노트

바비루스의 어금니

guno 2014. 7. 3. 12:27

 

 

지금은 멸종되어 화석으로 남은 동물중에 바비루스가 있다고 한다. 코끼리처럼 주둥이 양옆으로 활처럼 휘어진 모양의 날카롭고 단단한 어금니를 가진 동물인데 바비루스의 어금니는 코끼리와 달리 어느순간 성장을 멈추는게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계속 자라서 동그랗게 말릴 정로로 자란 어금니가 두 눈을 찌르고 몸을 꿰뚫어 바비루스 스스로를 죽인다고 한다. 적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온 어금니가 두 눈에 바싹 다가올만큼 자라도 살아있는한 어금니의 성장을 막을수 없는 바비루스는 죽지않는 이상 자신의 어금니에 의해 죽임을 당할 운명. 두 눈 부릅뜨고 숨을 몰아쉬며 죽음의 순간을 목도해야만 한다. 안구를 뚫고 지나간 날카로운 어금니가 그대로 남아있는 바비루스의 화석은 어쩌면 가장 오래된 자살의 흔적일지도. 다윈은 이것을 폭주진화라 했다. 멸종에 이르는 진화.. 폭주진화하는 어금니는 바비루스만 갖고 있는게 아니지 않나. 나를 살게 했던 것들이 어느순간 나를 죽이고 있다는, 기필코 죽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나뿐만 아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비루스의 어금니를 갖고 있지 않는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