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노트

소크라테스는 말만 했다

guno 2009. 8. 13. 02:28

 

소크라테스는 글자를 믿지 않았다. 그리스 시대의 위대한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신의 시를 외워서 낭송했다. 그들은 엄청난 기억의 소유자였다. 시모니데스는 연회 중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뒤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있던 위치를 알려주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문자화된 말이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 이유 첫번째는, 문자는 불가변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교육의 핵심은 '대화'를 통한 산파술이다. 문어는 되받아 말하지 못한다. '죽은 담론'이다. 특히 그는 '문자언어가 곧 실재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에 민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기억의 파괴다. 그는 '암기'만이 개인의 지식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이유는 언어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다. 기록된 문자가 그 내용과는 상관없이 떠돌아 그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손에까지 들어가게 되어, 지식에 대한 접근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에게 독서는 판도라 상자였다. 어쨌든 이 모든 이야기는 플라톤의 '받아 적기'로 인해 후세에 전해졌다.

 

: 한겨레21 768호, 구둘래 기자의 <책읽는 뇌>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