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요시다 코우타, 조루란 시시하다

guno 2013. 10. 15. 16:34

 

 

제목만 보면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냥 야한 영화는 아니다. 솔직히 조루는 슬프다, 가 아니라 시시하다, 라고 해서 영화를 봤다. 제목이 참 도발적이구나 싶어서. 영화가 기대이상으로 귀엽고 재미있어서 실컷 웃으며 봤는데 엔딩에서 뒤통수를 친다. 이건 조루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라며 젊은 목소리가 노래한다. 이렇게 맹랑한 영화라니. 요시다 코우타라는 감독 너무 깜찍한 걸. 그가 말하는 조루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 짧아서 슬픈 하루오의 조루 극복 스토리. 

 

조루란 시시하다 ソーローなんてくだらない (2011년) ; 요시다 코우타 감독

 

이른 아침, 잠에서 깬 하루오가 대뜸 머리맡의 휴대폰을 켜고 성인영화를 클릭한다. 아침 햇살 쏟아지는 그의 작은 침실, 손안의 휴대폰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서둘러 바지를 내리는 하루오, 몇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하루오가 급히 침대 옆의 티슈통을 잡아당긴다. 젖은 티슈를 바닥에 던지고 한숨을 내쉬는데 휴대폰 속 여자의 허덕임이 계속된다. 공허한 침실에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하루오의 하루가 시작됐다. 

하루오는 대형 비디오렌탈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가끔 독립영화에 배우로도 출연한다는데 확인한 사람은 없다. 8년간 살아온 월세집은 방 3개를 룸쉐어하고 있는데 얼마전 방 하나가 비고 지금은 노리코와 둘이서 지내고 있다. 노리코는 여자라서 남녀가 한집에 산다고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의료사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당찬 고학생으로 알바로 연명하는 하루오에게는 관심조차 없다. 그건 하루오도 마찬가지. 두 사람의 담백한 동거는 3년이나 되었다.

 

덧없는 마스터베이션과 단순 알바로 매일을 살아가는 하루오의 일상에 신입 알바생 모모세가 등장한다. 귀여운 외모의 모모세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하루오의 마음에 열정의 불을 지핀다. 그녀도 같은 마음인 걸까. 모모세를 환영하는 직원 회식, 그녀가 취한척 은근히 몸을 기대온다. 이제 그만 갈까 하고 나서는 하루오를 따라나서는 모모세. 그러나 노래방을 나서기도 전에 그녀가 힘없이 쓰러지고, 어쩌다보니 둘은 노래방 빈방 소파에 몸을 같이 뉘인다. 해도 돼? 하루오가 묻는데 모모세가 긍정으로 침묵한다. 그녀의 웃도리를 걷어올리고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바지도 벗으려는 순간, 아차 앞섶이 그새 젖어버렸다. 하루오가 망연자실해서 앉아있자니 취한척 쓰러져있던 모모세가 슬그머니 눈을 뜨고 묻는다. 왜 그러세요? ..아, 이건 아닌것 같아서. 모모세, 스스로를 좀더 아껴야해, 알지? ..어머, 하루오 씨는 무척 다정하시네요.

다음날부터 하루오는 조루를 고치는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본다. 어떻게든 고쳐서 모모세와 하리라, 귀여운 모모세의 멋진 남친이 되리라 다짐한다. 인터넷이 알려준 방법은 첫째, 어떻게 해서든 15분의 벽을 넘을 것. 마스터베이션을 하다 사정을 할 것 같으면 모든 행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면서 호흡을 조절한다.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15분을 견디는걸 반복 훈련하면 조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루오의 첫 훈련은 33초만에 끝났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쏘냐. 릴랙스, 릴랙스, 집중하자, 집중... 계속되는 훈련속에 드디어 15분의 벽을 돌파한 하루오. 두번째 단계는 여자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다시 15분의 벽을 깨는 것. 그러나 대체 어디서 여자 파트너를 구한단 말인가. 한번에 3천엔이라는 대딸방이 그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큰맘 먹고 대딸방에 찾아간 하루오. 그러나 여자의 손이 닿는 순간 업소 개장 이후 가장 빨리 끝난 손님에 이름을 올리고 훈련은 실패로 끝난다. 이제 정말 포기해야 하는 걸까. 집에 돌아와 맘대로 되지않는 물건에 소리를 지르며 화풀이를 하고 있는데 같이 사는 노리코가 적당히 좀 하라며 한소리 한다. 그게 그렇게 심각해? ..무슨 소리야? 조루 말이야. 집에서 맨날 그러고 있는데 내가 모를까봐? 정말 시시해.

이렇게 된거 별수 없다 생각한 하루오는 노리코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준다. 여자 파트너가 있어야 조루를 치료할 수 있는데 한번에 3천엔이나 하는 대딸방에서 10초만에 나왔다는 슬픈 이야기. 박장대소하는 노리코. 힘내라 하루오!! ..힘낼테니 도와줄래? 뭐? 네가 파트너가 되어주면 안될까? 대신 월세는 내가 낼게. 청소도 내가 할게. 내가 너 아니면 누구한테 이런 부탁을 하겠냐. 미쳤구나! 하고 돌아서는 노리코. 그날밤 시위하듯 야밤에 청소기를 돌리는 하루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그녀를 위한 과일주스와 향긋한 냄새제거제를 사온 하루오. 노리코, 혹시 살 빠졌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애쓴다 정말. 노리코가 묻는다. 그냥 생긴대로 살면 안돼? 그걸 꼭 고쳐야하냐고. 아니 뭐, 별로.. 그치만 고치면 더 좋을것 같아서.. 하루오가 안쓰러운 노리코. 그동안 같이 산 정이 있는데 좀 도와줄까? 마음을 바꾼 노리코가 하루오의 파트너가 되어주기로 한다. 어떻게 하면 돼? ..만져줄래? 뭐라고! 막상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장갑같은 거 없어? 장갑이 있을리가. 하루오가 옆에 있던 양말을 내민다. 이거 빤 거야. 몸은 등을 돌린채 팔만 뒤로 뻗어 손에 양말을 끼고 시작한다. 휴대폰의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는 하루오와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팔을 흔드는 노리코. 그러나 힘들지는 않았다. 금세 끝났으니까. 그날 이후 하루 3번, 노리코와 하루오의 파트너십이 계속된다. 처음에야 양말이었지만 나중에는 면장갑, 고무장갑, 위생장갑으로 바꿔가며 시도하고 덕분에 스톱워치의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자신감을 얻은 하루오. 활기가 더해진 하루오에게 어느날 모모세가 다가온다. 요즘 좀 달라지신것 같아요. 그런가? ..제가 고민상담할게 좀 있는데 시간 있으세요? ..그럼 주말에 볼까?

 

드디어!! 모모세와의 결전을 앞두고 신이 난 하루오. 노리코와의 막판 훈련에서 신기록을 세운다. 15분 돌파!! 노리코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저린 팔을 두드리는데 하루오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하루오는 집안 청소도 게을리하고 밤새 큰 소리로 티비를 시청하며 웃고 떠들어서 노리코의 신경을 긁어대지만 모처럼의 행복이니 봐주자고 생각하는 노리코. 하루오, 무슨 일 있어? 너 데이트 하니? ..그렇군. 잘해봐라. 근데 혹시 우편물 온거 못봤어? 시험 결과가 나올 때가 됐는데.. 다음날, 엉망이 된 집안을 보다못한 노리코가 청소를 하다가 테이블 밑에서 우편물을 발견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험 결과 통지서.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한다. 코를 한번 쓱 문지르고 일어서는 노리코. 집을 나서다가 집에서 가까운 하루오의 알바 가게 앞을 지난다. 발길을 돌려 가게에 들어선다.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하루오는 보이지 않는다. 어, 귀여운 종업원이네. 하루오가 말한 여자가 이 사람인가? 매대를 정리중인 모모세 옆에 서는 노리코. 비디오를 고르는척 하며 모모세를 보고 있는데 하루오가 다가온다. 노리코가 어, 하고 아는척을 하는데 냉큼 무시하고 모모세와 대화를 하는 하루오. 아 뭐 이런 십장생이.. 그날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하루오가 퇴근해서 들어온다. 그 여자지? ..뭐가? 그렇다고 아는척도 안 하냐! ..아니 뭐.. 근데 있잖아 하루오, 앞으로 어쩔 셈이야? ..뭐가. 여기서 8년이나 살았잖아. 지금도 알바를 하고 있고. 근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뭐야 갑자기. 너랑은 상관 없잖아. 그래, 그렇지만 너의 시시한 일을 도와주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물어볼수 있짆아.. 상관하지마! ..그래, 맞아.. 아무튼 내일 데이트 잘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될테니까.

손꼽아 기다리던 모모세와의 데이트. 하라주쿠에서 유명한 크레이프도 먹고 유명 체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공원을 걷는다. 모모세가 앉을 수 있도록 손으로 벤치를 훌훌 털어내는 하루오.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신다. 하루오 씨, 사실 저도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영화에 출연하신다고 했죠?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란 하루오. 아 물론이지. 모모세는 귀엽고 예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야. 정말이요? 너무 기뻐요! 이때 한 청년이 다가온다. 실례합니다. 저쪽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쪽 벤치가 카메라에 잡혀서요. 죄송하지만 자리를 좀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쓱 보니 저쪽에 카메라 한대와 스태프 몇명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모모세와 함께 있어 의기양양해진 하루오는 대뜸 독립영화 같은거 찍나? 하고 거만하게 묻는다. 아, 네, 뭐.. 근데 내가 왜 비켜줘야 하지? 당신들 공원쪽에 허락받고 찍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면 내가 비켜줘야할 의무도 없지 않나? 어이없다는듯 돌아서는 청년. 괜찮을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모모세. 아니 괜찮아. 이러지 않으면 뭐든지 지네 맘대로 된다고 생각해버리니까 말이야. 왠지 기분이 으쓱해져서 다리까지 꼬고 앉아 먼곳을 응시하는 하루오에게 모모세가 바싹 몸을 붙인다. 역시 하루오 씨는 대단해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곁눈질하며 행복에 젖어드는 그 순간, 아까 왔던 청년보다 나이가 지긋한 스태프가 조용히 다가온다. 어 혹시 하루오니? 너무 놀라 발딱 일어나는 하루오. 역시 그렇구나. 근데 너 시골간다며. ..아, 예, 뭐.. 요즘 뭐 하니? ..그냥. 알바.. 그렇구나. 그래, 열심히 살아라. 근데 영화좀 찍어야하니까 좀 비켜줄래? 아, 네.. 알겠습니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모모세가 누구에요? 하고 묻는다. 아, 뭐, 예전에 알고지내던 감독님. 꽤 유명한 감독이야. ..그.래.요. 비켜줘야 한다면서요. 그만 일어나요.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싸늘해진 모모세가 성큼성큼 앞서가고 그 뒤를 쭈뼛쭈뼛 따라가는 하루오. 앞서가던 모모세가 뒤돌아보더니 여기서 그만, 저 먼저 갈게요 하고는 횡하니 사라진다. 혼자 남겨져 그 자리에 우뚝 선 하루오. 그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집근처 골목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하루오를 노리코가 지나가다 발견한다. 뭐야, 실패한거야? 차근차근 하루오의 실패담을 전해 듣고는 너를 배우라고 믿었던 그애도 문제가 좀 있네 라며 한마디 한다. 그 말이 왠지 위로가 되는 하루오. 어, 저.. 지금 해달라고 하면 싫어? ..아니 괜찮아. 알아서 척척 위생장갑을 끼는 노리코. 버석버석 비닐 부비는 소리와 함께 하루오의 숨이 가빠진다. ..있잖아. 장갑 빼고 해줄래? 잠시 생각을 하던 노리코가 장갑을 벗는다. 노리코의 손이 처음으로 닿았다. 어느새 속도가 붙어 두 사람의 숨이 덩달아 가빠진다. 흥분한 하루오가 은근슬쩍 노리코의 가슴에 손을 댄다. 어라? 근데 노리코가 가만히 있다. 절정의 순간, 하루오의 정액이 노리코의 얼굴에 튀면서 그날의 훈련은 그렇게 끝이 났다. 노리코가 얼굴을 닦으며 휙 돌아서고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하루오가 말한다. 미안.  

그날밤, 각자의 방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하루오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노리코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하루오가 벌떡 일어나 담뱃불을 끄고 노리코의 방문을 두드린다. 나야. 아무말이 없다. 들어갈게. 아무말이 없다. 옆에 좀 누울게. 아무말이 없다. 하루오가 옆에 눕자 그제사 노리코가 눈도 뜨지 않은채 몸을 돌려 하루오와 마주한다. 하루오가 수줍게 입을 맞춘다. 노리코가 눈을 뜨고 하루오를 마주본다. 잘게, 하고는 몸을 돌린다. 하루오가 그런 노리코의 등을 감싸안고 눈을 감는다. 다음날 아침, 혼자 잠에서 깬 하루오. 노리코가 없는 집이 텅빈 것 같다. 어디 갔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그날 이후 노리코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다. 짐도 없이 대체 어디에 간 걸까? 조바심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하루오는 지각과 조퇴를 밥먹듯 하다 나중에는 아예 알바도 나가지 않고 집에 칩거한다. 노리코가 돌아오면, 그녀를 보면 뭐라고 말을 하리라, 무엇이든 시작을 하리라 생각하면서. 어느새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집안, 소파에 구겨져 잠들었던 하루오가 잠에서 깨어 휴대폰을 확인한다. 비디오렌탈점에서 출근을 독촉하는 문자메시지가 잔뜩 와있다.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키는데 메모지 한장이 눈에 들어온다. '알바 정돈 해라'. 노리코가 왔었어. 그대로 집을 뛰쳐나가는 하루오. 저만치 노리코가 가고 있다. 야, 너 뭐야!! 노리코가 뒤를 돌아본다. 말 안해서 미안한데 나 나갈거야. 뭐라고! 전부터 말했었잖아. 시험에 합격하면 나갈 거라고. ..아니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방을 빼면 어떡하냐! 룸쉐어라는게 그런거잖아.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집. 아니 그래도.. 하루오, 넌 왜 그집에 사는 건데. 무슨 소리야!! ..하긴 뭐 니 인생이니까. 뭐야, 자격증 좀 땄다고 모든게 달라지기라도 했단 거야?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의미라도 되냐?! 정신차려 하루오, 의미를 잃고 사는건 너라고!! 냉정히 돌아서 가버리는 노리코. 제길 제길 제길!!! 하루오는 화가 나지만 노리코를 붙잡을 수 없다. 그녀가 남기고 간 짐 속에서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는 옷속에 얼굴을 묻고 마스터베이션을 할 뿐이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절망과 슬픔에 젖어버린 하루오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터덜터덜 비디오렌탈점을 향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가게는 그새 젊은 알바생들로 활기차고, 사장은 그에게 신입이나 하는 카운터 업무를 맡긴다. 그러나 카운터 업무는 그도 오랜만이라 버벅거릴 수밖에 없다. 헷갈리는 그에게 불평하는 손님들. 나름 매니저라는 직위에 만족했던 하루오는 그조차의 편의도 누리도 못하고 나이들고 무능한 직원이 된것 같아 기운이 빠진다. 그날저녁, 모모세가 취직해서 알바를 그만둔다며 송별회를 하자고 한다. 술자리는 금새 거나해져서 모두가 헤롱헤롱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잠들었는데 모모세와 하루오만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모모세가 하루오에게 다가온다. 하루오는 불편한듯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온다. 화장실앞 복도에 쭈그리고 앉는다. 모모세가 따라나와 말한다. 내가 왜 취직한줄 알아요? 하루오 씨처럼 되고싶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없는 건 싫어. 나 잘했죠? 하루오 씨도 잘 생각해요. ..근데 나랑 할래요? 아님 말구. 야!! 잘난척 하지마!! 하루오가 모모세를 끌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녀의 치마를 내리고 삽입을 한다. 모모세는 거부하지만 하루오는 멈추지 않는다. 근데 이번에는 사정이 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도 하루오가 멈추지 않자 모모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하루오를 밀쳐낸다. 그만좀 하라고!! 모모세가 나가고 하루오는 혼자 마스터베이션을 하는데 그래도 사정이 되지 않는다. 젠장 젠장 젠장!!!

밤새 거리를 쏘다니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노리코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음성메시지를 남긴다. 전화좀 받아주라. 너랑 얘길 하고 싶어. 한번만 만나주라. 메시지를 남기고 다시 터덜터덜 길을 걷는다.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니 문앞에 노리코의 신발이 놓여있다. 그녀가 왔다. 아무렇지 않게 청소를 하고 있는 노리코. 하루오가 말한다. 같이 있어줘. 그건 안될 것 같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해. 욱한 마음에 하루오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온다. 그래? 그럼 가던지. 잘 살아라.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듣고 있던 노리코가 하루오에게 물건을 집어던진다. 아 정말!!! 두 사람은 투닥거리며 서로의 몸을 밀치다가 포옹을 하고 격렬하게 섹스한다. 두 사람의 호흡이 숨가쁘게 뒤엉키다가 함께 절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하루오. 노리코는 남은 짐을 챙겨 나갔고 아침 햇살 쏟아지는 빈집 거실은 공허하고 외롭다. 벌거벗은채 멍하니 앉은 하루오, 커다란 짐가방을 끌며 거리를 나서는 노리코. 그리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あした, 내일 아침. 노래는 계속되고 하루오가 일어나 세수를 한다.

 

마음이 따라잡지 못하고

몸과 허영심만 부풀어가고

바보 취급하던 어른에게 나이는 따라잡았지만 

바보 취급도 안당하는 시시한 나날

하반신과 열등감은 쓸데없이 민감하고

너의 말과 다른 행동엔 둔감하고

떠나는 사람 쫓아서 오는 사람에게 도망가고

내가 선택한 시시한 나날

슬슬 갈까 목적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더이상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제대로 눈만 뜨자 마음은 따라잡지 못하지만

잘가라 시시한 나날

잘가라 시시한 나

눈이라도 제대로 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