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걸까? 왜 그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할까?” 세계적 사회학자인 스탠리 코언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의 질문은 오늘의 한국인에게 더욱 새롭다. 그는 인권사회학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한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에서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와 대중이 그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계속 부인하고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지난 6월 시국선언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현직 교사 23명이 해임·파면됐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교사들의 항의에 대해 교육과학 기술부는 “공무원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했다”고 부인했다. 공부원법상 정치활동 금지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활동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교사 시국선언의 주 내용은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표현의 자유는 당국에 의해 ‘정치적 편파 활동’으로 변질됐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시민에게도 전염된다.
코언 교수는 “정부가 사건을 윤색하고, 진상을 비틀고, 상대하기 쉬운 피해자들만 골라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권침해를 부인하면, 이런 태도는 전 사회로 가지를 뻗어 모든 대중이 ‘집단적 부인’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더 알고 싶지 않다’ ‘알고는 있지만 별 느낌이 없다’ ‘불행한 일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등의 사회심리 속에서 인권침해가 일상화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형태의 인권침해를 겪어도 더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마비’ 사태가 온다고 경고했다. 자유가 없어도 자유가 없는 줄을 모르게 된다는 얘기다. : 한겨레21 782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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