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화초를 잘 키우는 할머니가 계셨다. 시들시들한 녀석도 할머니 손에 가면 소생해 꽃을 피우곤 했다. 그런데 선물로 받은 감귤나무만은 그러지 못했다. 꽃만 무성하고 탱자만한 것 하나 열리지 않았다. 언날 할머니 댁에 갔더니 큼직한 귤 두 개가 떡하니 열렸다. 감탄하였으나 대꾸가 이상해 다시 살피니 귤을 실로 매달아놓았다.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으나 그 다음해 나무는 귤을 잔뜩 만들어냈다.
: 한창훈<향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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