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서

도스토예프스끼, 노름꾼

guno 2012. 8. 4. 15:30

 

 

어쨌든 난 자네 선생도 아니고 또 그런 역할은 하고 싶지도 않네. 하지만 최소한 자네가 내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를 바랄 권리는 있는 거야.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역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차라리 그녀를 미워한다고 대답하는 편이 낫겠다. 그렇다, 난 그녀가 혐오스러웠다. 그녀를 목 졸라 죽이기 위해 반생을 바칠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녀와 얘기를 끝낼 때만 되면 언제나 그랬다. 맹세컨대, 만일 그녀 가슴에 날카로운 칼을 서서히 꽂아 넣을 수만 있다면, 나는 아마도 기쁜 마음으로 그 칼을 손에 움켜쥘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성스러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건대, 만일 그녀가 슐란겐베르크의 유명한 봉우리에서 정말로 내게 ‘밑으로 떨어져요.’라고 말했다면 나는 당장에 몸을 던졌을 것이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어떤 식이라도 상관없지만 그 문제는 꼭 해결되야만 했다. 그녀도 이 모든 사정을 놀라우리만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확신하건대, 결코 내가 그녀를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과 내 공상들을 절대 실현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내 자신이 아주 확실하고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는 생각, 바로 그 생각이 그녀에게 대단한 쾌감을 가져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