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노트

봄을 맞아 올해 첫 감기몸살을 앓다

guno 2015. 4. 8. 20:45

 

 

                                 by Andrew Millar

 

 

 

한창 제사를 지내는 중이다. 귀가 찢어질듯 악기들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여 웅성대고 무슨 일인가 일어날듯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누군가 말한다. 저길 봐.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연기가 모여 손바닥 모양이 되더니 다섯개의 손바닥이 여기야! 하듯이 손을 쫙 편다. 놀랍고 괴이해서 눈을 뗄 수 없는데 사람들이 산 앞에 있는 강가로 모여든다. 손바닥이 알려주는 곳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을 반 정도 가로지른 높은 다리 위로 올라가 한 줄로 서더니 겁없이 강으로 뛰어든다. 시커먼 강 위에는 동동 뜬 시체들이 즐비하다. 너무 끔찍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데 이때 죽은듯 싶었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다리 난간에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물을 뚝뚝 흘리며 아무일 없었다는듯 제집으로 돌아간다. 내 옆에 있는 누군가 말한다. 그는 우리가 죽길 원해. 그의 분노를 사지 않으려면 우린 그런 척이라도 한번은 죽어야만 하는 거지. 감기몸살이 심해서 약을 두개나 먹고 잤는데 이런 꿈을 꾸고 온몸이 차가워져서 잠에서 깼다. 아픈게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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