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서

미야베 미유키, 화차

guno 2010. 2. 8. 08:32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아세요? 뱀이 허물 벗는 거,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 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이잖아요.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신용사회의 모순과 현대인의 비극'이라는... 유치뽕짝 카피 때문에 책을 펼치기 민망했으나 책속에 담긴 내용은 고스란히 그녀의 세계여서 마음이 놓였다. 책의 카피와 디자인에 유난히 신경써온 그녀답지 않은 카피와 디자인의 흉물스런 책이라 잠시 의심했지만 내용은 오리지날 미유키. 책표지를 찢어버리고 새로 장정해주고 싶다.